도명은 돌아누워 휴대폰을 켰다. 여덟 자리 번호에서 문자가 와있었다. 이번엔 또 뭘까, 생각하며 문자를 열었다.

 [Web발신]

 [KT] 12월 명세서

 납부하실 금액 : 84,960 원

 도명은 자신이 또 요금제 바꾸는 걸 깜빡했다는 걸 깨달았다. 별로 쓰지도 않는 폰에 비싼 요금제로 무제한 데이터를 돌릴 필요가 없었다. 매번 바꿔야지, 바꿔야지 하면서 계속 까먹었다. 요금제 말고도 무언갈 까먹거나 귀찮아서 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았다. 수북하게 쌓인 빨래라던가, 날파리가 꼬이는 싱크대 그릇, 바닥에 널브러진 머리카락들이 거슬렸지만 해야지…, 하면서도 결국 다음 날로 미루게 되었다.

 통장 앱을 켰다. 통장에 5만 원이나 있으면 다행이라 생각했으나 앱을 켜자마자 본 숫자는 8로 시작하긴 했지만 네 자릿수였다. 도명은 자그마하게 욕을 하고 휴대폰을 침대 밑으로 떨어뜨렸다.

 집 안이 조용했다. 들리는 소리라곤 세면대의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 정도였다. 조용한 집 안에서 가장 시끄러운 건 도명의 심장이었다. 

 쿵-, 쿵-.

 말 그대로 시끄러웠다. 도명에게 가장 큰 소음이었다. 도명은 또다시 숨을 참아보았다. 얼굴이 빨개질 때쯤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고요함 속으로 잠수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도명은 멈추지 않고 숨을 계속 참았다.

 천장의 노란색 사이렌에서 삐용삐용-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