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호《1/2》: 자장가

29편째 풋소설

2024. 6. 25.

🍏 6월호《1/2》: 자장가

29회 (2024.06.26)

6월호 주제 《1/2》

자장가

예림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우주 어딘가에 자그마한 별이 있었다.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쉽사리 발견하기 힘든 크기와 모양새였다. 그 별에는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는데,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생명체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넓은 별을 떠돌았다. 그들의 목적은 생(生).
그들은 일종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 물질을 다른 개체와 주고받았다. 총량이 1인 개체들이 각각의 1/2을 타 개체와 교환하는 것이다. 물질 교환은 성숙한 개체가 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었다. 개체는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탐색하며 교환을 좇았다. 그들의 목적은 생(生).
물질 교환이 이루어지기 전, 개체들은 교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상대 개체에게 전자기적 신호를 보냈다. 두 개체의 신호가 만나 녹색 빛을 띄면 성공, 아무런 색도 띄지 않으면 실패를 뜻했다. 별 안에서 발생하는 전체적인 성공과 실패의 비율은 늘 동일했다. 어느 한 곳에서 ’실패’하면, 다른 곳에서는 ’성공’한다. 한 개체는 평생동안 수십 개, 수백 개의 타 개체들과 물질 교환을 한다. 그렇게 총량 1을 유지한다. 그들의 목적은 생(生).
총량이 1/2인 개체도 존재했다. 그들은 별종이라 일컬어졌는데, 그 별종들이 어느 시점부터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별종은 물질 교환을 할 수 없다. 가지고 있는 1/2마저 몸에서 빠져나간다면, 물질 교환을 진행할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1/2인 몸으로는 오래 살아남기가 힘들다. 따라서 그들은 다른 개체에게서 1/2을 전달받아야만 한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들의 목적 역시 생(生).
별종에게 전달을 결심한 개체들이 있었다. 전달은 주요 생명 활동인 교환과 달리, 그들의 목적인 생(生)에 저촉하는 행위다. 물질을 전달하는 개체는 1/2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전달은 곧 별종이 되기를 선언하는 행위다. 전달은 죽음을 부르는 행위다. 그러므로 전달은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별종들은 전달을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물질을 전달받은 별종은 총량 1의 보통의 개체가 되어 물질 교환을 할 수 있다. 주요 활동을 해낼 수가 있다. 그러나 이 개체는 다시금 별종이 되기를 택한다. 그토록 원해왔을 총량 1의 삶을 손쉽게 반납한다. 물질을 교환하는가 싶더니 이내 전달을 끝으로 생(生)을 마감한다.
물질은 끊임없이 흐른다. 물질은 1이 되었다가 1/2이 되었다가 다시 1이 되기를 반복한다. 때로는 이유 있이, 때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물질은 이동한다. 그렇게 생명체들은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