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노트북과 노트, 사원증이 든 가방을 방바닥에 떨어뜨리는 묵직한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간신히 6평 정도 되는 작은 집에 가방은 집어던진 위형은 두 번째로 자기를 침대 위로 집어던졌다. 옷을 갈아입을 기력조차 없는 듯, 위형은 침대 위에 널브러져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긴 손가락으로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해는 사라지고 없는 저녁 8시쯤이었다. 미동도 없이 깊은 잠을 잤는지 침대에서 일어나니 목이고 어깨고 다 담이 들어서 찌뿌둥했다. 목을 왼쪽으로 살짝 까딱이기만 해도 저릿하게 아려왔다. 퇴직금이 들어오면 마사지 건을 사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갑갑한 재킷과 셔츠, 바지를 곱게 접어 옷장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옷장 문을 닫고 습관적으로 출근복을 첫 번째 자리에 넣었다는 걸 안 위형은 다시 옷장을 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옷장 서랍 깊숙한 곳에 꾸깃꾸깃 박아넣었다. 위형은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았다. 경사로에 있는 오피스텔에다 7층에 있는 위형의 집은 도시의 야경이 산에서 보는 것만큼 잘 보였다. 위형이 일했던 회사는 보일 듯 말 듯한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가장 높고 환한 건물이어서 안 보일 수가 없었다.

 꼬르륵-.

 매번 듣던 소리지만, 위형은 오랜만에 허기를 느꼈다. 항상 바쁘게 일하느라 제대로 듣지도, 챙기지도 못했던 배고픔의 신호를 몇 년 만에 알아차렸다. 거울 속에 비친 위형은 단정한 머리와 얼굴에 비해 몸 곳곳에 검붉게 번진 곳이 한가득이었다. 자주 코피가 나서 얼룩진 코끝이라던가 잠을 자지 못해 피로가 쌓인 눈 밑의 다크써클 등 가려도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곳들이 있었다. 잠깐 어지러워진 위형은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가 눈앞이 보이자 조심스레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에 있는 거라곤 몇 달 동안 숙성되었는지 모를 달걀 두 알과 편의점 커피 네 개, 캔 참치 두 개가 있었다. 위형은 캔 참치를 보자 문득 일주일 전에 주문한 양배추가 생각났다. SNS에서 유명한 참치 양배추 덮밥을 먹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시킨 양배추였다. 일주일이나 됐는데 배송이 되지 않는 게 이상해 배송 현황을 보니 주문이 밀려 어제 도착했다고 적혀 있었다. 비척비척 일어나서 양배추를 가지러 슬리퍼를 끌며 경비실로 내려갔다.

 “703호? 택배 찾으러 왔어? 자, 이거요.”

 경비 아저씨가 건낸 택배는 양배추 치고 너무 무거워 위형은 재차 703호 택배가 맞는지 재차 확인했다.

 “이거 703호 맞는데? 7층 택배는 지금 703호밖에 없어.”

 300g 양배추가 이렇게 무거울 리가 없는데, 하며 위형은 주문 목록을 다시 살펴보았다. 위형은 그제야 자기가 300g이 아니라 3kg짜리 양배추를 시켰다는 걸 깨달았다.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위형은 스스로가 어이없었지만, 곧 퇴사 직전의 자신은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그럴 수 있다며 받아들이고 양손으로 택배를 들어 집으로 돌아갔다. 커터칼로 택배를 뜯자 커다란 덩어리의 양배추 한 개가 들어있었다. 적어도 소분된 양배추일 줄 알았던 위형은 머리를 짚고 막막함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처에 나눠줄 동네 친구도 없어 양배추를 조금씩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기로 결심했다. 싱크대에서 양배추를 한 겹 벗기니 양배추 안쪽이 거의 다 검게 썩어있었다. 게다가 벌레가 맛있게 먹어댔는지 구멍 뚫린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빨리 끝내고 밥을 먹겠다는 의지로 1시간 만에 소분을 끝내 정리해보니 먹을 수 있는 부분은 반도 채 되지 않았다. 싱크대 한쪽에는 썩은 양배추 잎들이 양배추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담이 걸려서 아픈 목과 어깨가 양배추 덕분에 더욱 욱신거렸다. 썩어가는 3kg 양배추를 다듬는 것 하나도 온몸이 아파서 밥은 잠깐 뒤로 하고 침대에 걸쳐 앉아 어깨를 주물렀다.

 주물주물-.

 위형은 주물거리는 어깨 안쪽에 깊게 파묻혀 있는 검정의 감각을 느꼈다. 썩은 양배추는 여전히 산을 이루고 있었고 위형은 양배추를 바라보며 몸 전체에 퍼진 검붉은 것들의 요동을 들었다.

 콱-.

 물어뜯은 살을 입에서 퉤 뱉었다. 이빨 자국에 맞춰진 둥근 살덩이가 바닥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