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는 내 뱃살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우와 - 엄청 말랑말랑해’

 (약간의 정적)

 (주먹 장전)

 (가격)

 말랑말랑하다는 건 칭찬일까

 말랑말랑말랑말랑말랑말랑

 반복하면 어쩐지 숨이 모자라는 기분

 이것도 나의 연장이야

 행복의 부산물이야

 괜스레 혼잣말로

 그의 SNS에 달린 댓글

 ‘여기 어디야?’

 처음 보는 여자

 (프로필 사진 클릭)

 그 여자는 가벼워 보였다

 태도가 아닌 물리적인 체중이

 여자의 SNS에는 디저트 사진이 많았다

 쁘띠갸또 소르베 퀸아망 티그레 오페라 크라상 프렌치토스트

 이걸 정말 다 먹기는 한 거야? 말도 안 돼 거짓말

 소리 내서 말하진 않고 속으로만

 그리고 (뒤로 가기) (혹시 좋아요 눌렸나 다시 한번 확인하기)

 초콜릿이 두껍게 발린 비스킷을 흡족스럽게 씹어 먹으며

 마음이 복잡할 때 펼친다

 타와라 마치의 샐러드 기념일

 읽으며 고개 끄덕이길 수십 번

 원한다면 내 생일도 양도할 수 있다

 …원한다면

 우리가 더 가까워지지 못하는 이유는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두꺼운 지방층 탓일까

 중생대 암모나이트의 기분

 볼록하다면 차라리 귀엽다

 울룩불룩 튀어나온,

 내가 지은 죄의 덩어리들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채소를 씻는다

 양상추는 피곤한 맛 적양배추는 고난의 맛

 치커리는 이별의 맛 방울토마토는 그나마의 기쁨의 맛

 드레싱 없는 샐러드는 마치 사랑 없이 흘러가는 어느 오전의 맛

 그 여자가 신경 쓰인다

 스쿼트 100개 버피 20개 레그레이즈 20개

 팔굽혀펴기는

 …무리

 아침을 거른다

 저녁을 거른다

 무얼 더 빼볼까

 가능한 건 모조리

 나를 감량

 이런 건 사랑이 아니야

 샐러드를 퍼먹으며

 나를 빈틈없이 사랑해줘

 말랑말랑한 방식으로

 아니면 나는 사라질 거야

 그렇게 매달릴 때 네가 지었던 표정은

 하얀색

 너무 이른 날의 사랑은 괴담 같아

 더위에도 몸이 으슬으슬 떨려온다

 여전히 샐러드를 퍼먹으며